근래 알쓸인잡을 열심히 재미있게 보았었다. 어떻게 이런 상식들을 탑재하고 계실까를 감탄하고 동경하며 즐겨보았던 프로그램이다. (8회 만에 끝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ㅜ.ㅜ 제발.... 이런 프로그램은 더 많이 해주세요 ㅜ.ㅜ.ㅜ.ㅜ) 그중 심채경 박사님의 눈웃음은 귀엽고 아름다우셨다. 무조건 선해 보일 것 같은 그 얼굴에서 종종 당찬 에너지와 자신만의 신뢰가 꽤나 짙게 묻어 나오셨다. 그런 모습에 반해 심채경 박사님의 책을 읽어 보게 되었다.
책에는 심채경 박사님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소소하고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천문학자가 되었는지, 교육자로써 어떠했는지, 아이 엄마로써 어떠했는지에 대해. 천문학자로써의 전문 지식과 견해들도 책의 중반부에는 많이 등장하는데 어떨 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쓱 읽고 있는 나에게.... 살짝 실망도 하면서 그래, 나는 천문학 쪽은 아닌가 봐...라고 인정 아닌 인정을 해버렸다. 그래도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점, 달의 뒷면, 화성이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나도 꽤나 별 보기를 좋아했었다.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라는 뉴스의 정보를 보고 한겨울 그 추운 날 별똥별을 보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누워있기도 했었다. 혹은 기숙사 옥상에 앉아 하염없이 별을 보고 있기도 했었다. 그러다 별똥별을 보게 되면 탄성을 질렀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은 놀라움이 생긴다. 지금은 그런 열정이 없어 그럴까... 별똥별 하나 보지를 못하고 있다. 새삼 그때의 불타던 별이 떠오른다.
천문학자가 쓰는 책은 어떨까 싶은 궁금증도 있었다. 딱딱할까.. 지루할까... 지식의 총집합일까? 이런 생각들을 했다면 심채경 박사님의 글체는 굉장히 위트와 유머가 있었고, 곳곳에 단어 유희를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았다. 쓰시면서 빙그레 눈웃음 짓는 박사님의 표정이 떠올랐다고 할까~
무엇보다 틀을 잡지 않고 무엇이라도 써보고 무엇이라도 내보인 박사님의 털털하지만 심지있는 끈기와 도전에 감동을 받은 독서시간이었다.
[보관 글귀]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p13)
그러니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중략) 어떤 사람의 직업은 정해진 '시간'을 성실히 채우는 일이고, 또다른 사람의 직업은 어떤 '분량'을 정해진 만큼 혹은 그에 넘치게 해내는 것이라면, 나의 직업은 어떤 주제에 골몰하는 일이다. 하나를 들여다봐도 이건 왜 그런지, 저건 왜 그런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p79)
그 생생한 공포의 끝자락에는 우울이 묻어나왔다. 갈 곳이 있어도 갈 곳을 잃은 것과 다름이 없던 고등학생처럼, 폭주하는 고릴라 역시 거기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것 같았다. (p222- 안녕, 고리롱)
그래서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대체 어떤 책을 쓴다는 거야?' (중략)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안갯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 책이 되긴 되었다. (p270)
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열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중략) 그렇게 무척 쓸모없었고 대단히 중요했던 열 계절을 기꺼이 맞이한 끝에 어떻게 이 책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 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p271)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 라니! ㅎㅎㅎ 얼마나 멋진 말인지 ^^ )
'독서 살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이든 핀치]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0) | 2023.02.19 |
---|---|
[폴 블룸] 공감의 배신 (0) | 2023.02.17 |
[이상근]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0) | 2023.01.31 |
[박세니] 멘탈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 (2) | 2023.01.30 |
[이서윤, 홍주연] 더 해빙 The Having,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0) | 2023.0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