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를 만났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 친구인데 근래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책 한 권을 건네는데 제목이 '역행자'였다. 책은 강렬한 오렌지색이었고, 역행자와 어울리게 글자 하나는 반대로 표기되어 있었다. 디자이너로써 재미있는 표기라 생각했다. 책 표지에는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이라 표기되어 있었으며, 말 그대로 저자의 인생역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난 이 날 '자청'이라는 저자를 처음 알았지만 이미 인생 성공, 자기 계발 유투버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했다. 근래 월 천만 원 벌게하는 노하우가 유투버에는 넘쳐나는데 그런 사람 중 한 명인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음.. 이 사람은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성에 이끄는 순리자의 삶을 버리고 유전자의 이끌림을 역행하여 인생에 성공하는 역행자의 삶을 모두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작은 본인의 찌질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너무 못났다고 한다. 머리도 우둔하고, 못생기고, 능력도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대화법이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많은 책을 읽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이별 상담으로 큰돈을 벌고, 그런 노하우로 마케팅 사업 등등을 하며 30대의 나이에 인생의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 또한 돈 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런 것은 없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것은 인간이 순수하게 지닌 본성에 따르면 나태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에 기초하여 언급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 내일로 미루고, 위험을 회피하고, 도전을 피하는 등등의 행동과 생각들이 과거 수렵 때부터 생존을 오래 할 수 있게 남겨진 우리 유전자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에 순응하여 '난 안돼, 내일 해야지, 어차피 나는... '이라는 등등의 생각들은 사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오작동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본능에 순순히 따라 사는 것이 순리자의 인생이며, 인생의 성공과 자유에서 벗어나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유전자의 오작동을 인식하고 순리자가 아닌 역행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본질이며, 지금까지의 나태하고 나약한 행동들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사실 현재와 같은 현대화, 산업화는 인류 역사의 스펙트럼에서 본다면 머리카락과 같은 굵기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위험으로부터 도망쳐야 했고,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했으며,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몸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우둔하게 생활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며 오랜 세월 우리를 지켜준 유전자의 고마운 정보들을 가열차게 역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니, 조금이라도 나를 보호하려는 뇌의 작동 회로가 일어나면, '나를 사랑하는 뇌야.. 나를 보호하려 드는 건 너무 고마워. 하지만 난 도전해야겠어, 움직여야겠어, 탈피해야겠어'와 같은 신호를 보다 정확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자청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것 중 하나는 '독서'이다. 머리가 나빴던 자신이 독서를 통해 뇌를 트레이닝시켰고 상당히 머리가 좋아졌다고 피력하고 있다. 몇개월은 도서관에 가서 몇백 권의 책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는 몇백 권의 독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에 2시간씩 독서하기를 권하며 평생 하라고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1년, 혹은 몇 개월이라도 해보라고 한다. 변화하는 본인을 느낄 것이라 한다. 독서와 함께 글쓰기도 추천하는데 그래야 좋은 내용이 본인 것이 된다고 한다. 돈 버는 것은 참 쉬운데 지식 쌓기가 있어야 하며 이는 독서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람이 가난한 것은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다 말한다. 하긴... 나도 마케팅을 못한다는 말만 했었지, 이를 알아가기 위해 마케팅에 대한 공부나 독서는 없었다. 그러고는 '안되네...'라고 말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적어도 자청은 알기 위해 공부를 했고 실천했다. 사실 성공하는 것은 다른 게 없다. < 제대로 실행하기 vs. 그냥 실행하기 vs. 안 하기> 일 뿐이다.
책은 역행자의 7단계를 소개한다. 그 중 1단계는 '자의식 해체'이다. 이는 자신을 제대로 알라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다 못해 다양한 핑계로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결계를 푸는 의식이랄까... 아니면 나라는 공간의 청소랄까. 쓸데없는 것으로 꽉 차 있는 '나'라는 방을 청소하고 공간을 만들어 유익한 기운과 에너지가 들어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컴퓨터도 오래 쓰면 지워야 할 데이터가 쌓인다. 우리 인간도 똑같다. 그간의 경험과 배움으로 많은 것을 얻지만 앞으로의 배움에 방해가 되는 데이터도 쌓이기 마련이다. 자의식 해체를 통해 우리를 막고 있던 생각들을 버려야 한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못남을 인정하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때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
나머지 단계들도 책으로 접해보기 바란다~ 꽤나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며, 생각보다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읽어볼 만한 책인 듯싶다. 저자가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강남에 '욕망의 북까페'라는 공간을 만들었으니, 그곳에서 역행자를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친구에게 돌려주려 하니 친구가 이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어찌나 감동이던지! 나의 성공을 기원해 주는 친구가 있어 고맙고, 도전할 수 있는 인생이라는 게 주어져 행복할 따름이다!
책의 프롤로그 첫장에는 꽤나 자극적인 문구가 있다. '30대 초반, 일하지 않아도 월 1억씩 버는 자동 수익이 완성되다.'
하지만 난 이 점을 위해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월 1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전자의 과잉보호에서 벗이나 나의 마음도 인생도 주인이 될 수 있는 역행자의 삶이 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며, 저자 자청도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본다. 우리 모두 각자의 역행 여행을 떠나보자!
<역행자 추천 도서 리스트>
[보관 글귀]
p107 __ 이게 정체성 변화의 핵심 비결이다. 즉 뭔가를 더 잘하고 싶으면 결심을 할 게 아니라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다. 자동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세팅을 하면 나는 저절로 열심히 살게 된다. 자유의지니 노력이니 진정성이니 따위의 듣기 좋고 허망한 것들을 믿는 대신, 나를 훈련시킬 운동장을 만들어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게 핵심이다.
p118 __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호황된 목표를 세우고 항상 실패한다. 실패 후에는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변명하기 바쁘고, 남 탓, 환경 탓을 하며 자위를 한다. 이 짓을 죽을 때까지 반복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결과에 이르게 됐는지, 그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의 상처를 핥기에 여념이 없다.
p134__ 당신이 평소에 겪는 유전자의 오작동
(과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회피하거나 본인 스스로 편하게 만들기 위한 유전자의 유혹적인 속삭임과 같은...)
질문1. 사람들의 눈치 보면서 '판단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유전자에는 평판을 잃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질문2. 지금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겁을 먹고 있나?... 당신은 애써 배움을 피하며 합리화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인간의 두뇌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울 경우, 지금까지 유지해 온 습관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뇌의 칼로리 소모를 낭비하지 않도록 진화한 것이다.
질문3. 손해를 볼까 봐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닐까?... 인간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유전자의 명령을 역행하여 손실에 대해 무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p153__ 완전한 지식으로 굳히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청이 22 전략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한두 문단이라도 글을 써보는 사람과, '아, 이거 뭐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군'하면서 쓱 읽고 지나가는 사람의 머릿속엔 전혀 다른 것이 남는다.
p155__ 이래서 인생이 참 쉬운 것이다. 아무도 이 쉬운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명령과 본능에 사로잡혀서 온갖 핑계를 만들어내며 포기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p162__ 안 좋은 환경에 있으면 세상이 온통 부정적으로 보이고 무엇도 하기 싫어진다. 당연하다. 본능이 그렇게 시키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본능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궤도 위를 불만 가득 품고 걷다가 죽을 것인가.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 계속 미래를 그리면서 환경을 설계해나가야 한다. 미래를 그리며 본능을 억누르는 사람만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
p246__ 나 또한 아끼는 스킬이 하나 있다. 이를 '일요일 2시간 전략'이라 부른다. 발전하고 싶을 때 나는 일요일 오후 1시에 밥을 먹은 뒤 딱 두 시간 동안 하기 싫은 일을 한다. (중략) 이때 평일에는 선뜻하기 부담되던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
p282__ 실패와 시행착오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 순간에 회피나 합리화보다는 "레벨업 순간이 왔구나!"라고 즐거워하면 된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즐거워했다. '내가 진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한 번에 크게 레벨업되려고 이런 고난이 찾아왔나 봐!'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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