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을 무엇일까? 단순히 물리적인 신체가 노후하는 것일까? 하나부터 셈을 하던 나이라는 숫자가 커지는 것일까? 성공일까? 안정일까? 우리는 나이듦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지만 멀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나 또한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논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에는 늘 함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정의를 내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시간들이 속속들이 스쳐가는 것에는 늘 성장이 뒤따랐던 것 같다. 그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돌이켜보면 나의 10대, 20대, 30대, 그리고 현재는 타인이라 느껴질정도로 달랐으며, 나의 나이듦은 성장과 함께 해안이 밝아짐과 동시에 괴팍해지는 듯 하다. 거울을 보면 살짝 한숨도 지어지지만 앞으로의 내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달까. 그런 기대를 같고 늙어간다니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그런 세월과 나이듦에 대해서 서사적인 문구와 단호한 어투로 담백하게 알려주는 책이 바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이지 않을까 싶다. 철학자가 생각하는 나이듦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여 읽게 된 책이며, 간직하고 싶은 글귀가 줄줄 나온 책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기승전결로 나이를 논하지도 말며, 사그러 지지 않는 욕망을 애써 꺼트리려 노력하는 삶을 살 필요도 없으며, 하지만 타인으로 인해 내가 완성된 것에 감사하며 지속된 시간의 연속성에 있자고 저자는 말한다.
신은 애초에 나이듦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인생과 경험, 희노애락과 성장, 타인과 사랑만을 주었는지 모른다.
단지 신은 인간에게 시간에 따른 다양한 육체를 선사해줌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해볼 뿐이다. 젊음 하나만으로는 얼마나 부족한가! 유아기부터 청년, 노년까지 우리는 인생을 즐기는것, 다만 그 뿐인 것이다.
제목의 글귀만으로도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으며, 앞으로의 인생에 힘이 된달까.. ㅎ
생각해봤으면 하는 이슈.
진정한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보길! 단순히 나이를 먹어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 은퇴후 어떤 생활을 할지에 대한 것이 아닌 어떠한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싶은지에 대해. 신체적 노화와 정신적 성숙은 다른 것이기에, 우리는 어떤 나이듦을 준비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기를!
[보관 글귀]
삶은 늘 영원한 도입부요, 점진적 전개 따위는 끝까지 없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의 문 앞에 떠밀려 있는 상태로만 시간 속에 정주한다. 우리는 시간 속에 머물되 고정 거주지는 없는 노숙자들이다. ------- p29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 p38
우리에게 생년월일을 지정해주는 것은 행정서류이다. 나이는 생물학적 현실에 기댄 사회적 관습이다. 관습은 언제라도 별할 수 있다. 물론, 결국 우리는 쓰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패배를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 p40
"정신은 필요한 것을 획득할 때보다 필요 이상의 것을 획득할 때 한층 더 흥분한다. 인간은 욕구의 창조물이 아니라 욕망의 창조물이다." ------- p43
어딘지 모를 곳에서 와서 / 누구인지 모를 자로서 살며 / 언제인지 모를 때 죽고 /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가는데도 / 나 이토록 즐거우니 놀랍지 않은가. - 마르티누스 폰 비버라흐(16세기 독일의 성직자) ------- p97
생의 횡단은 때때로 위험하기 그지없으나 참으로 근사하다. 볼테르에 앞서 관용을 사유했던 프랑스의 사상가 피에르 베일은 "의식이 방황할 권리"를 주장했다. 어떤 진리, 어떤 신앙을 강요당하기보다는 스스로 실수를 해보고 자기 판단을 돌아볼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모두 방황하는 영혼이며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살아간다. ------- p124
성의 반대는 금욕이 아니라 생의 피곤함이다. (생략) 생은 자신에게 예스라고 외친다. 존재는 무존재보다 귀하고, 욕망은 무욕보다 낫다. ------- p172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 너의 독자성은 네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것이니 바로 그것을 갈고 닦아라. (생략) 나는 이제 무엇이 '되는'게 아니요, 매 순간 존재해야 하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기탄없이 내 성격, 내 감정, 내 기분대로 해도 된다. ------- p210-211
자유는 책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가 온다. 자유는 행위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이다. ------- p217
운명의 다채로움은 늘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련이 있다. 만남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깊이도 얻지 못할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이 한없는 부채를 인정하고 귀히 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타인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나'라는 이름의 집단 작품이다. ------- p219
완전히 성공하지는 말라. (중략) 만약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생은 이윤 혹은 손해의 논리에서 벗어난다. 그러한 생은 도전, 패배의 극복,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그것으로 만들어낸 정반대의 면모로 점철되어 있다. (중략) 성공한 삶보다는 자기를 실현한 삶이 중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곤란 앞에 마음을 열고, 손익 계산에 얽매이지 않으며, 비록 거의 끝에 다다랐어도 미래의 힘을 믿는 삶 말이다. ------- p225-226
지식과 노하우를 혼동하지 말자. 젊은이들의 능숙함은 기술적 쾌거일 뿐 상징적 우위성이 아니다. 연장자들의 의무는 과거를 가르치고 위대한 망자들을 소생시켜 산 자들과 더불어 살게 하는 것, 그들을 먼지 구덩이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다. ------- p235
너에게 닥치는 일이 네 뜻대로 닥치기를 바라지 말라. 만사가 일어나야 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자는 행복할 것이다. - 에픽테토스 ------- p269
삶은 증여인 동시에 채무다. 신께서 우리에게 내리는 부조리한 선물이자 우리가 이웃에게 진 빚이다. 가족, 친구, 부모, 조국에 입은 은혜를 돌려주어야 할 때가 결국은 온다. 하지만 삶의 빚은 그들에게 상환할 게 아니라 감사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후손에게 똑같이 베풂으로써 갚아야 할 것이다. 빚 청산의 날은 생을 청산하는 날, 우리가 더는 돌려주거나 선사할 것이 없으므로 죽음으로써 산 자들의 먹이가 되는 날이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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