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은 있었으나 접근해 본 적은 없었던 듯하다. 막연하게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마흔에 읽는 니체'는 쉬운 언어로 니체의 철학에 대해 소개하며 일상에 잘 접목이 되도록 철학을 녹였다. 특히 마흔이라는 특정 나이에 맞춰 우리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생각하며 일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니체의 철학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준다. 왜 마흔일까... 방황과 시도를 해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보고 있는 나이가 마흔이라고 저자는 생각한 듯하다. 그도 맞을 것이다. 40이 딱 인생의 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경험과 인간관계, 시도와 실패 혹은 성공 등 갖가지 감정을 어느 정도 잘 버무려진 나이가 40일 듯하다. 타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신과 인생의 매무새를 고쳐 매야 할 때가 이때가 아닐까 싶다.
사실 니체라는 이름은 익숙했으나 어떠한 철학적 사상을 지니고 있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굉장히 현실중심적이고 자기애가 강하며, 인간의 한계에 갇혀있지 않은 강인한 인간을 꿈꾸는 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이상적이지 않아 좋았고, 현재의 삶에서 충분히 녹여낼 수 있는 가르침이 많아 와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니체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고, 지금은 다른 니체의 도서를 읽고 있는 중이다. 허황되지 않은 그의 사상에 매료되었다고 할까.
동의가 되고 긍정이 되는 문장들이 많아 줄줄이 보관 글귀로 적게 되었다.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점도 있었지만 충분히 쉽게 니체의 철학에 대해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도덕책과 같은 자기개발서와 다르게 철학적 사유와 질문으로 응축된 인생서이기 때문에 그 깊이가 또 다른 듯하다.
[보관 글귀]
각자의 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뎌라. 하루하루를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기 위한 배움의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_____p52
(이번에 내가 꼭 해보고자 하는 것이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두드러진 멋진 재능들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듯 하다. (나부터도...) 인생의 목표는 어쩌면 나를 드러내기 위한 배움의 길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달란트를 발견하여 세상의 한 끝에 반짝거릴 수 있게 해 보자.)
니체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통해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난 고귀한 인간에게만 비로소 맑은 공기와 정신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제 짐승에서 인간으로, 다시 인간에서 초인으로 나아가는 최초의 큰 목표를 완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굴레를 극복한 자만이 오로지 이 삶의 기쁨을 위해 산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_____ p56
니체는 ‘진리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그것을 진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는 법을 바꾸라고 말한다. 니체는 어떤 가치를 갖고 있기에 우리가 그것을 진리라고 생각했는지 묻는다. ‘무엇인가?’가 아니라 ‘왜?’, ‘무슨 목적으로?’ 형태로 질문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니체는 기존 철학에서 말하는 보편적으로 따라야 할 절대적인 진리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질문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에서 ‘왜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하는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 _____ p60
(이 글귀를 읽으면서 '어포메이션'이 떠올랐다.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질문 어포메이션. 니체는 삶을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보기를 바랐던 것 같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삶은 어쩌면 니체의 말처럼 오류투성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오류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_____ p62
(삶의 오류까지도 성장 근원의 하나임을 말하고 있다. 그 옥에 티를 찾아내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니체의 운명에 대한 사랑은 삶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이다. 필연적인 것을 아름답게 본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곧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마음 자세이다. 비록 삶이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주어진 길을 담담히 걸어가는 것이다. _____ p 65
어차피 피할 수 없이 부딪혀야 할 운명이라면 그것을 견뎌야 할 뿐 아니라 아름답게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니체는 <<니체 대 바그너>>에서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모든 것은 다 필연적이며, 거시 경제적 의미에서는 모든 것은 다 그 자체로 유용하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_____ p65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운명과 비슷한 듯하나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어차피 올 일은 우리에게 닥치는 것이나 실상 그 현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현상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 마음가짐이 진짜 우리 인생에서 빛나는 한 획인 것이다. 그러니 그 현상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추한 것과 싸우지 않는다 _ 이런 추한 것과 싸울수록 감정의 쓰레기가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니체는 운명을 사랑한다면 추한 것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상태가 계속된다면 좋은 기회도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창조적인 에너지와 활기마저 빼앗기게 된다. _____p67
인간의 자유 의지를 긍정하는 철학에서는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다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정해진 운명이란 없고, 누구든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유 의지의 철학은 실패한 사람에게 ‘당신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다. 니체는 이러한 입장을 ‘단죄의 철학’이라 부른다. _____ p68
니체의 운명애는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며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_____ p69
(어쩌면 운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큰 틀, 혹은 도화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받은 도화지 안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냐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성장의 기회이며, 인생의 아티스트가 되는 순간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삶을 최고로 긍정하는 태도이다. 영원 회귀 사상은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우리를 세운다. 즉 영원 회귀 사상은 삶에서 만나는 필연적인 것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아모르파티’ 개념으로 이어진다. (중략)
‘너는 얼마만큼 너 자신과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가?’ _____p80
(결국엔 주어진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인 듯하다. 이 또한 영원히 반복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어떤 것이든 사랑할 수 있느냐는 그 마음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 마음을 갖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이 인생일까.... 그 어떤 것이라도... )
초인은 과거나 미래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다. 초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순간이다. _____ p81
먼저 인간에게 ‘초인’이라는 목표를 제시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극복하여 초인이 되기 위해서 ‘힘에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또한 니체는 기존의 형이상학적 토대를 전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가치의 전도’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초인은 현재의 삶이 수없이 되풀이되어도 긍정하는 ‘영원 회귀 사상’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아모르파티’, 즉 자신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중략) 니체는 우리의 삶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삶’이기를 바란다. 니체 철학의 핵심적인 주제가 바로 ‘자기 극복’이다. _____ p86
정신이 발전하는 세 번의 변화
나는 해야 한다 : 낙타 정신_ 낙타 정신은 일상적 삶에 매몰돼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며 그 상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나는 하길 원한다 : 사자 정신_ 사자의 정신은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한 자유는 쟁취할 수 있지만, 기존의 가치를 파괴할 뿐 새로운 가치는 창조하지 못한다.
최고의 몰입 : 아이 정신 _ 아이의 정신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의 삶이 끊임없이 고난과 고통으로 가득할지라도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성스러운 긍정이 필요하다.
_____ p87 - 92
그렇다면 ‘고귀함’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건강한 자아상, 즉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이란 자신을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감정을 의미한다. 결국 니체가 말한 고귀한 인간이란 건강한 자존감을 소유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귀한 인간은 자기 자신에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
- 고귀한 인간은 허영심을 싫어한다.
- 고귀한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중략) 중요한 것은 니체가 여기에서 말한 이기심이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편협한 마음이 아니라 ‘건강한 이기심’이라는 사실이다. 건강한 이기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중략) 고귀한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소신 있게 표현하기 때문에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_____p161 - 165
(결국 니체는 자기 극복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도록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초인이 되기를 말하고 있다. 운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연극 무대를 뜻할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빛날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고귀한 인간이 되어라.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좋은 인간들’은 모든 저급한 자, 열등한 자, 범속한 자, 천민적인 자에 비해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위를 좋은 것, 탁월한 것, 최상의 것으로 느끼고 평가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은 거리의 파토스에서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고 고귀한 자, 강한 자, 드높은 자, 고매한 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고귀한 인간은 ‘좋음’이라는 근본 개념을 우선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각해 낸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비로소 ‘나쁨’이라는 관념을 만들어 낸다. (중략) 또한 고귀한 인간은 자신을 가치를 규정하는 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평가한다. _____ p165
(좋음과 나쁨에 대한 기준, 선과 악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우리가 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비루하고 약한 생각의 덩어리들이었을까... 살짝 반문을 해본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긍정하는 것. _____ p167
절실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글을 써라.
사람들이 대중을 위한 저급하고 품위 없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니체는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질책한다. 즉 글은 독자만을 염두에 두고 쓸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 (중략) 충분한 사색도 진지함도 영혼도 없는 글을 쓰지 말고 스스로 사상가가 되어야 한다. (중략) 이렇게 생겨난 부류의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하나의 통로밖에 되지 않는다고 니체는 지적한다. _____p191
(요즘은 책뿐 아니라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올곧은 사유와 철학은 없이 정보와 방법들이 난무하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음식에 비유하면 내가 먹어도 건강한 음식처럼 말이다.)
굶주림이라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내면의 평화와 기쁨과 조화를 위해 열렬히 욕망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욕망을 숨기지 말고 경멸하지도 말자. 우리의 영혼은 배고픔이나 잠이 부족하다는 육체적인 결핍 외에도 사랑, 따듯함, 창조성과 같은 정신적 결핍을 더 많이 느낀다. 끊임없이 욕망할 수밖에 없는 삶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므로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욕망도 진정으로 중요하다. _____ p220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의 생각
니체가 제시한 ‘르상티망’은 약자가 강자에게 품은 원한이나 증오, 복수심 등이 되풀이되면서 쌓인 감정을 뜻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예는 힘으로 강자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르상티망이라는 감정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니체는 르상티망으로부터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다. _____ p231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우리를 고귀한 인간으로 만든다. ____ p269
(그러니 실패와 성공이라는 이분법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 그 자체로 우리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
<마흔에 읽는 니체, 목차>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너그렇게 사랑하라.
그리고 더 깊이 감사하라.
(아름다운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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